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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와 생각

성범죄자알림e 미국과 비교하면 관용의 극치, 루이지애나주와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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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여대생을 강간 등 살인 및 사체은닉한 혐의로 검거된 용의자는 역시나 성범죄 전과자였다. 그것도 16세 미만 여자청소년을 강제추행한 변태 성욕자였다. 미성년자를 강제추행하고도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 모씨는 클럽을 활보했을 뿐만 아니라 여자친구까지 만들었다. 성범죄자가 이성교제를 하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미성년자를 강제추행해 신상정보가 공개되고 있는 성범죄자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을 거기 때문에 현행 성범죄자알림e 서비스의 무용론은 더욱 힘을 얻게 될 거 같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변태 성욕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성범죄자알림e의 원조는 미국의 뉴저지 법(New Jersey law)으로 흔히들 메건법(Megan's Law)이라고도 부른다.

 

 

1994년 미국 뉴저지주 머서 카운티의 해밀턴 지역에서 7세 소녀 메건 니콜 칸카가 강간당한 후 살해되는 끔직한 사건이 발생한다. 범인은 당시 33세의 제시 팀멘데쿼스였다. 그는 메건의 집에서 불과 30m 떨어진 곳에 살고 있던 상습 성범죄 전과자였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메건의 집에서 30m 떨어진 곳엔 제시 팀멘데쿼스 혼자 사는 게 아니었다. 그를 포함한 3명의 성범죄 전과자가 함께 살고있었던 거다. 메건의 어머니는 "<생수 머신들>이 이웃으로 이사왔다는 사실을 알 권리가 있다"며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고, 뉴저지주는 피해자 메건의 이름을 딴 메건법을 제정하게 된다. 이후 1996년 5월 17일연방법률로 제정되어 50개주에서 통용되게 되었다.

 

하지만 메건법은 선거철 유권자의 표심을 의식해 급조한 졸속입법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성범죄자알림e도 졸속입법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성범죄자알림e는 신상정보공개제도의 형태 중에서도 가장 효과가 떨어지는 공중접근법(Public Acess Law)의 형태, 즉 시민들이 직접 우리집 주변에 성범죄자가 거주하고 있는지 검색할 수 있도록 데이터 베이스만 구축해주고, 만약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유출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가장 강도가 낮은 성범죄자정보공개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신상정보공개제도는 성범죄자정보공개의 효과라고 할 수 있는 범죄 억제효과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뿐만 이번 사건만 놓고 보더라도 재범 방지 효과는 전혀 없었다. 현행 성범죄자알림e는 그야말로 관용의 극치이며 국민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주홍글씨 게시판에 불과하다.

 

국가 예산만 잡아먹는 성범죄자알림e. 도대체 이것을 어떻게 해야 할까? 감정적으로 생각하면 1996년도에 시행되었던 루이지애나주(Louisiana)의 성범죄자신상공개 정책을 가다듬어서 우리만의 성범죄자신상정보공개법을 만들면 좋을 거 같다. 당시 루이지애나법을 보면 성범죄자들이 스스로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 주민들을 찾아가서 자기소개를 해야 했다. 즉 "제 이름은 이 모씨이고, 대구 북부 산격동의 원룸에 살고 있는데, 2011년에 미성년자에게 강제추행을 했어요"라고 변태인증을 해야 했다는 건데, 해당 법 조문을 보면 "농촌에 사는 사람은 반경 1마일 이내 거주자 중 적어도 한 사람에게 통지해야 하고, 도시 거주자는 세 블럭 이내에 사는 거주자 중 적어도 한 사람에게 통지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또 성범죄자들은 이틀동안 서울신문, 부산일보와 같은 지방신문에 자신의 이름, 주소, 범죄경력을 게시하도록 하고 있다.

 

루이지애나보다는 약하지만 워싱턴주의 경우에는 경찰이 성범죄자의 이웃에게 성범죄자의 신상정보가 기록된 등기를 발송함으로써 경고의 메시지를 주도록 하고 있다.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했던 초기, 미국에서는 분노한 시민들이 성범죄자의 집을 불태워버리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람보르기니의 차명과 이름이 유사한 Joseph Gallardo(가야르도)였는데, 당시 분노한 주민 300여 명이 통지문에 적힌 가야르도의 주소지로 직행해 그의 집을 불태워버렸다.

 

 

전체적인 틀을 보면 우리나라의 성범죄자알림e나 워싱턴의 통지제도, 루이지애나의 셀프통지는 모두 신상공개법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것과 미국의 것을 비교햇을 때 우리의 것은 누가봐도 예방의 효과가 없어 보인다.

 

그럼 예방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루이지애나주의 그것보다 더 강력한 정보공개 제도를 만들면 되지 않나? 그런데 아쉽게도 성범죄자의 신상을 확실하게 공개하는 건 위헌의 소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범죄예방 효과도 미비하거나 없다고 한다. 오히려 성범죄자들의 재범율을 높인다는 학계의 보고(제임스 프레스콧 미국 미시간주립대 법대 교수 등 다수의 통계 조사 결과)가 있을 만큼 성범죄자 신상정보공개라는 형사정책은 실패한 정책이다. 감정적으로는 명동 한 복판에 성범죄자들을 1주일 동안 메달아서 쪽을 팔도록 하고 싶지만 지난 16년 동안 성범죄자 신상정보공개제도를 시행해 온 미국이 "이 제도가 재범율을 오히려 상승시킨다"고 하니 냉정하게 이 문제에 대해 생각을 해봐야 할 거 같다.

 

나는 성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제도는 정치적 쇼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피해자의 유족과 시민들의 분노를 해소시켜주는 기능은 있지만 제도의 취지인 성범죄자로부터 내 아이, 내 딸, 내 여자친구를 보호해주는 기능까지 기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차라리 예산만 낭비하는 무능한 제도는 과감하게 버리고 화학적 내지는 물리적 거세, 심리치료와 과 같은 치료적 사법(Therapeutic Jurisprudence : 1987년 미국의 정신보건법분야에서 진행된 웩슬러와 위닉의 연구에서 출발)에 투자를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치료적 사법은 현재 미국의 사법제도 전반의 개혁을 주도하는 사법이념이기도 하다. 

 

 

"뭔 치료? 그냥 때려 잡으면 되잖아!"

 

 

매로 다스리는 엄벌주의는 효과가 있을까? 아쉽게도 엄벌주의도 예방효과는 크지 않다. 성범죄의 경우 처벌의 강화만으로는 재범방지에 한계가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각계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되고 있다. 일본도 2006년부터 법무성, 각계 전문가가 재범방지를 위한 알맞은 처우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프로그램의 실시를 위한 법제도를 정비하여 2007년부터 맞춤형 처우프로그램을 시행해 오고 있다. 일종의 치료적 사법을 시행하고 있는 거다. 성범죄자를 콩밥으로 치료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체계적인 치료교육을 통해 성범죄 재범을 방지하려는 노력인데 다른 건 다 싫지만 서양의 좋은 점을 빨리 표절하는 일본의 습성은 배워도 나쁘지 않을 거 같다.


물론 이번 사건처럼 극악무도한 성범죄자까지 인간으로 만들려고 예산을 낭비할 필요는 없다. 사형폐지국의 지위를 상실하더라도 이런 인간은 사회와 영구히 격리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아직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성범죄자는 콩밥으로 치료하려고 말고 알약과 주사, 그리고 체계적인 치료와 관리가 가능한 치료사법적 대응을 해야 하지 않을까?

 

성범죄는 정신(mental)을 살인하는 범죄라고 할 만큼 피해자의 법익 회복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을 고려할 때 회복적 사법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치료적 사법이으로 접근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성범죄에 대해서는 성범죄자가 사회에 더이상 해악을 끼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치료하는 강력한 치료적 사법으로 성범죄에 대응을 해야 할 것이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앞으로는 제발 이런 욕 나오는 일이 발생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해서 재범을 방지하는 1994년식 고전적 형사정책 대신 따끈따끈한 형사정책의 패러다임을 따라가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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