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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와 생각

노숙인의 마지막 희망, 로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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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길을 가다 노숙인이 구걸을 하는 걸 보고, 주머니에 있던 560원을 적선했습니다. 영하 10도 이하의 추위 속에서 동냥질을 하는 게 안스럽기도 하고 마침 주머니에 잔돈이 있어서 동전함에 동전을 넣었어요.


 

그런데 노숙인의 동전함 속에는 로또 용지가 한 묶음 있더군요.


동전도 상당히 많이 모여있었습니다. 그리고 일수 수첩에는 6개의 숫자 조합 11개가 정성그럽게 적혀 있었습니다. 노숙인이 추운 겨울을 이겨낼 수 있는 원동력이자 마지막 희망이 로또라니 왠지 모를 씁쓸함이 밀려오더군요.
 


빅판 아저씨들 처럼 당당하게 노동의 댓가로 살아가면 좋겠지만, 전국의 노숙인이 전부 빅판 아저씨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고 미국처럼 노숙인들이 잠이라도 잘 수 있는 공간(영화 '행복을 찾아서'에서 윌 스미스가 잠을 잤던 공간)이 늘었으면 좋겠네요. (로또 수익금으로 만들면 안되나?....)

노숙인은 인생역전에 성공했을까?

집에 도착해 노숙인의 로또 번호를 맞춰봤습니다. 과연 노숙인은 인생역전에 성공할 수 있었을까요? 그렇다면 저는 로또 당첨자에게 적선을 한 사람이 되는 거겠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11개의 조합은 모두 꽝이었습니다. 노숙인은 최소한 1주일은 더 파란 아스팔트 위에서 추위와 사투를 벌여야 할 것 같네요.

부자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로또

노숙인이 동냥한 돈을 로또에 투자하는 모습을 보며, 과연 로또가 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가란 의문이 들었습니다. 로또의 수익금은 복지사업에 사용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복권을 구입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서민이고, 심지어 오늘 소개한 사연처럼 노숙인도 복권을 구입합니다. 결국 정부는 서민 내지는 절대빈곤층인 노숙인의 돈으로 복지사업을 펼치는 꼴인 거죠.

재분배정책이란 가난한 사람의 돈을 거둬서 나누는 게 아니라 부자들의 돈을 거둬서 나누는 건데, 로또는 가난한 사람의 돈을 거둬서 나누고 있으니, 부자들 입장에서는 굉장히 획기적이고, 부담없는 재분배정책이 아닐 수 없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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