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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와 생각

오페라스타 직접보니, 너무 착한 서바이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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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들의 오페라 도전을 다룬 서바이벌 프로그램 오페라스타의 첫 생방송 현장을 취재하고 왔습니다. 오페라스타 출연진을 응원하기 위해 공연장을 찾은 유명 아이돌 스타들은 "내가 더 긴장된다"라며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스타들에게 얼마나 두려운 존재인지를 간접적으로 표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슈퍼스타K, 위대한 탄생, 나는 가수다에 비해 긴장감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토요일 황금시간대에 편성된 프로그램인 만큼 채널을 고정시킬 정도의 긴장감이 필요했을텐데 말이죠. 그럼 오페라스타가 기존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비해 긴장감이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1. 극명한 실력차와 기대 이하의 무대를 선보인 가수들

긴장감을 떨어뜨린 가장 큰 이유는 출연진의 실력차가 극명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특히 주얼리의 김은정과 천상지희의 선데이는 둘 중에 누가 탈락하더라도 아쉽지 않을 만큼 만족스럽지 못한 무대를 보여줬기 때문에 마지막 탈락자 선정의 긴장감을 반감시켰습니다. 대중적 인지도가 떨어지더라도 노래하는 정말 끝내주게 잘하는 무명의 가수들을 섭외했다면 긴장감을 넘어 폴포츠식 감동까지 전해주지 않았을까란 아쉬움이 남습니다.

물론 서바이벌이라고 해서 기존의 프로그램들처럼 긴장감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기존의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이 추구했던 억지 긴장감을 따라가지 않았다는 점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발전이라고도 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긴장감 결여의 원인이 공연만족도가 낮아서였다면 비판받아 마땅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2. 독설 실종
 

누구보다 귀가 거슬렸던 분들은 심사위원들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은 가능한 칭찬을 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소프라노 김수연 씨는 '소름이 돋았다'는 표현을 너무 쉽게 사용했는데요. 이날 임정희를 응원하기 위해 공연장을 찾은 방시혁 씨가 오페라스타의 심사위원들에게 '독설이란 무엇인가'란 특강을 해줬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들의 심사평은 지나치게 관대했습니다.

3. 무차별 기립박수

이날 공연에서는 모든 가수가 기립박수를 받았습니다. 누가들어도 함량미달의 공연을 선보인 가수에게까지 기립박수를 보내다니, 도대체 관객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 기립박수 연습 중인 관객들

관객들이 열광적으로 기립박수를 보낸 이유는 공연 전에 "곡이 끝나면 기립박수를 쳐달라"는 강요 아닌 강요가 있었기 때문인데요. 이러한 획일적 반응도 프로그램의 긴장감을 반감시켰다고 생각합니다.

4. 출연진의 절박함 없어

대중가요 가수가 오페라에 도전해서 실패했다고 해서 크게 창피할 것도 없고, 오페라스타가 되어야할 동기부여도 마땅치 않아서인지 출연진의 얼굴 표정에서 다음 라운드 진출에 대한 절박함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오페라스타는 분명 칭찬 받아야할 프로그램입니다. 자극적인 소재가 넘치는 케이블 세상에서 오페라라는 비인기 분야를 소재로하여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제작했다는 것은 시청률 제일주의에 빠진 지상파 방송사를 포함한 여타 방송사들이 본받아야 할 점일테니까요.  또한 김동욱, 신혜철, 테이, 임정희는 기대 이상의 무대를 선보였기에 이들이 다음 무대 진출권을 놓고 벌일 서바이벌은 자연스레 긴장감이 넘칠 것입니다. 동시에 실력자들만 생존한 문대에서는 누가 더 잘했는가를 판단하기보다는 누가 실수를 더 많이 했는지를 찾아내는 심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기에 오페라스타는 현재보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방송임에 틀림없습니다.

무엇보다 '오페라 읽어주는 남자'라는 책을 보듯 쉽게 오페라에 대한 상식을 쌓을 수 있고, 마지막에는 스페셜 무대를 통해 정통 오페라를 감상할 수 있게 되었으니 그 이상 무엇을 바라겠습니까. 당분간 토요일밤은 오페라스타와 함께 해야 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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