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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속 풍경

친절했던 제주도 경찰관 아저씨들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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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제주도 당일치기 여행 때 있었던 일입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저가항공사의 경쟁이 치열할 때라 왕복 5만원이면 제주도 당일치기가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하필 여행 가는 당일날 제주도엔 기록적인 폭설이 내렸죠.


호남지역 상공부터 눈 구름이 자욱했고, 구름 사이로 보이는 산과 들은 하얀 눈에 덮여 구름인지 땅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습니다.


무박1일의 짧은 일정 동안 최대한 많은 것을 보고 즐거운 여행을 하기 위해 위와 같은 동선을 짜뒀는데 1139도로가 폭설로 인해 통제되고 말았죠.

한라산의 1100고지도 못가보고 왔던 길을 돌아서려는 순간! 차량 통제를 하고 계시던 경찰관분에게 "체인을 부착한 차량에 한해 제한적으로 1139 도로를 개방한다"는 안내를 해주셨습니다. 

문제는 트렁크에 들어 있던 체인이 생각처럼 쉽게 부착되지 않았다는 건데요. 눈길에 앉아서 낑낑 대는 저에게 친절한 제주도 경찰관 아저씨들이 다가오시더니 체인을 부착해주겠다는 게 아니겠어요.
 

조수 역할이라도 해보고 싶었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건 옆에서 눈을 가려주는 일 밖에 없더라구요. 경찰관 분들에게도 체인을 부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렌트카 회사에서 제공한 체인이 살짝 '삐꾸'였거든요. 어쩐지 평소와 달리 체인 부착이 너무 어렵다 했습니다.


눈발은 다시 점점 거쎄지고 그냥 포기하고 돌아갈까도 생각했지만, 친절한 경찰관분 께서는 조금만 기다려보라며 체인을 이리저리 손보시더니 아주 튼튼하게 체인을 장착해주셨고, 저와 여자친구는 안전하게 1100 고지 휴게소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휴게소는 폐쇄된 상태였고, 손님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제주도의 상징 돌하루방은 눈 속에 몸을 감추고 얼굴만 빼꼼 내밀고 있었지요. 
 

내리막 길에서 트리플 악셀도 한 차례 했지만 우리 차가 올라간 후로 다시 교통이 통제되었는지 앞서 가는 차도 없고 따라오는 차도 없어서 무사히 하산할 수 있었습니다.

▲ 저가항공의 상징 '제주 항공'의 '프로펠러기'

며칠 전에 포항 지역에 55cm라는 엄청난 양의 눈이 내렸다는 기사를 보니 그때 그 경찰관 아저씨들이 생각나서 몇자 적어 봤습니다.

가끔은 나쁜 소식으로 경찰에 대한 글을 쓰기도 하지만, 모든 집단이 다 나쁠 수도 없고 다 좋을 수도 없기에 균형잡힌 시각을 가지는 2011년이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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