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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와 생각

길고양이 가족,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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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한 고양이 가족

얼마전 한 아파트 단지 주차장에 놓여진 음식물 쓰레기통 아래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는 고양이 가족을 발견했습니다. 평소 고양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저는 이 가족과 2시간 정도 눈대화를 나눴습니다. 처음엔 자신들에게 상처만 주는 '인간'을 경계했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경계를 풀더라구요.

경계를 푼 새끼 고양이

고양이 가족에게 "거기서 뭐나햐"고 묻자, 엄마 고양이는 "쓰레기봉투 속에 음식물 쓰레기를 몰래 숨겨서 버리는 인간들을 기다리고 있다"고 대답 했습니다. 잠시후 한 인간이 쓰레기 봉투를 쓰레기 통 옆에 버리고 갔습니다.

잠시후 엄마 고양이는 쓰레기봉투를 날가코운 발톱과 이빨로 뜯어 음식물을 꺼내 먹었습니다. 새끼 고양이들은 엄마 고양이의 모습을 보고 자연스럽게 쓰레기 봉투 뜯는 법을 학습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저들을 거리로 내몬 것도 인간이고, 저들이 아파트 단지의 불청객으로 만든 것도 인간이었던 거죠.


그러면서 인간들은 고양이가 요물스럽고 인간에게 피해를 주는 동물이라며 '사회적 공생'을 거부합니다.그런데 태어난지 3개월 정도 되어 보이는 새끼 고양이들은 '고양이와의 공생을 거부하는 인간'이 버린 쓰레기를 먹으며 자라고 있었습니다. 

고인 물을 마시는 고양이

식사를 마친 새끼 고양이들은 쓰레기 통 아래 고인 빗물을 맛있게 핧아 먹는 모습을 보며 "내가 저 녀석들의 후원자가 되어 줘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예민한 엄마 고양이와 좀 더 친해지기 위해 차에 있던 간식을 좀 나눠줬습니다. 

발라당한 엄마 고양이

경계가 완전히 해제된 엄마 고양이의 모습을 본 새끼 고양이들은 저를 아빠처럼 생각하는 듯 했습니다. 물론 착각이겠지만 괜찮은 착각 같아서 착각에서 깨지 않기로 했습니다.

다음날 주변 마트에 가서 고양이 사료를 구입한 후 고양이 가족을 찾아 나섰습니다. 고양이 가족을 발견한 곳은 쓰레기통 근처 화단이었는데, 이날은 새끼 고양이가 경계근무를 서고 있더군요.

경계근무 중인 고양이

옵저버 역할을 톡톡히 하는 누렁이는 음식 앞에서도 꼼짝하지 않고 경계근무를 섰습니다. 덕분에 턱시도 냥이들이 먼저 식사를 할 수 있었죠. 아마 누렁이가 첫째인가 봅니다.

아파 보이는 고양이

익숙하지 않아서인 줄 알았는데, 녀석을 자세히 보니 건강 상태가 심각해 보였습니다. 아무래도 밥 보다는 치료가 선행되어야 하겠지만 녀석을 부모의 품에서 빼앗아 가는 것이 과연 옳바른 일인가 답을 얻지 못해 일단 구충제만 한 알 강제로 먹였습니다. 그동안 쌓아온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이었죠. 다시 이 녀석들과 신뢰를 쌓는데는 한참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며칠후....

식판에 발을 올리고 식사를 하는 고양이

건강해진 녀석은 식사예절도 무시한채 식판에 발을 올리고 사료를 먹기 시작했습니다.

식탐 부리는 고양이

사료를 다 먹지도 않은 녀석이 사료 봉투에 탐을 내는 모습을 보니 건강해진 거 같더군요. 그런데 요즘 고양이 가족이 보이지 않습니다. 고양이 특성상 독립 생활에 들어간 것 같기도 하지만, 엄마 고양이부터 새끼 고양이 5마리 중에 단 한 녀석도 보이지 않아 혹시 누군가 이 고양이 가족을 어디론가 쫓아 낸 건 아닐까 걱정이 되네요.

글을 다 쓰고 다음 뷰에 송고를 하려다보니 이 글을 어떻게 분류해야 하나 모르겠네요. 이들도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동물이니까 반려동물이겠죠? 그래서 글을 반려동물로 분류해봤습니다. 길고양이에게 조금만 마음을 열면 좋은 이웃이 될 수 있어요. 길고양이들과 친구가 되었던 사진과 영상들을 '곧'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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